[일본생활 오오쿠 의상 전시회] 뒤바뀐 성별, 여성 쇼군, NHK 방송박물관 의상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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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뒤바뀐 성별과 미러링의 정수: 오오쿠라는 경이로운 서사
요시나가 후미의 원작 만화 '오오쿠'는 나에게 단순한 만화 이상의 충격이었다. 젊은 남성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정체불명의 병 '적면천연두'로 인해 남녀의 인구수와 역할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에도 시대라는 설정은 그 자체로 천재적이었다. 여성이 가문의 대를 잇고, 쇼군으로서 나라를 통치하며, 수천 명의 미남이 모인 오오쿠를 거느린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보아온 수많은 사극과는 궤를 달리했다. 나는 평소 SF 장르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가상 역사를 다루면서도 '만약 성별이 반전되었다면 사회 구조는 어떻게 변했을까'를 아주 치밀하게 그려냈다. 만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미러링'이라고 감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던 중 이 방대한 서사가 NHK에서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매주 방영 시간을 기다리며 실시간으로 챙겨본 드라마는 원작의 깊이와 영상미를 모두 잡은 완벽한 결과물이었다.
2. 멋짐의 결정체 도쿠가와 요시무네: 이상적인 여성 쇼군을 만나다
드라마 '오오쿠'에는 수많은 쇼군이 등장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단연 8대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다. 원작에서도 가장 강직하고 검소하며 실질적인 정치를 펼쳤던 인물이라 엄청난 기대를 품고 드라마를 시청했다. 그런데 요시무네 역을 맡은 배우가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나는 탄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상상하던 위엄 넘치고 멋진 여성 쇼군의 모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큰 키와 단단한 눈빛, 그리고 남성들이 주를 이루는 오오쿠를 단숨에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보는 내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사실 한국의 대하 사극은 성별 반전이나 파격적인 설정에 유달리 보수적인 편이라 이런 콘텐츠를 접하기 힘든데, 일본에서 이렇게 완성도 높은 '여주물' 사극이 만들어지고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이 무척 부러웠다. 요시무네가 보여준 당당한 리더십은 단순히 드라마 속 캐릭터를 넘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나에게도 큰 영감과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3. NHK 방송박물관 의상 전시: 화면 너머의 감동을 실제로 마주하다
드라마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을 무렵, 마침 회사 동료도 이 작품의 열혈 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마음이 맞아 시간을 맞춰 시부야 근처의 NHK 방송박물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열린 '오오쿠 드라마 의상 전시회'는 드라마 속 감동을 박제해 놓은 듯한 공간이었다. 실제 촬영에서 요시무네와 여러 쇼군이 입었던 화려하면서도 기품 있는 의상들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 자수의 정교함과 직물의 질감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화면으로 볼 때보다 훨씬 더 묵직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의상들을 보며,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장인 정신이 투입되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팬미팅에는 당첨되지 못해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까지 출시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는 작품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동료와 함께 전시물을 보며 좋아하는 장면에 대해 쉼 없이 수다를 떨었던 그 시간은 일본 생활 중 가장 빛나는 덕질의 순간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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