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 수성의 마녀 엑스포] 수성의 마녀, 엑스포 현장, 프로스페라 머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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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성의 마녀 엑스포: 건담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여성 서사의 힘
일본 생활을 하며 마주한 가장 신선한 충격 중 하나는 바로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였다. 사실 건담이라는 IP는 워낙 거대해서 선뜻 발을 들이기 어려웠는데, 시리즈 최초의 여성 주인공인 슬레타 머큐리의 등장은 나 같은 라이트 유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작품을 정주행하며 느낀 점은 스토리의 파격성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액션 연출과 심장을 울리는 음악의 조화가 독보적이었다는 것이다. 슬레타와 미오리네라는 두 주인공의 관계성이 주는 긴장감과 재미는 매화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이 작품에 매료된 덕분에 '기동전사 건담' 퍼스트 시리즈부터 시작해 우주세기의 정점인 '제타 건담', 그리고 90년대를 풍미했던 '기동전사 건담 W(윙)'과 '기동전사 건담 X' 같은 명작들까지 쭉 훑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 시리즈들을 보니 왜 사람들이 그토록 건담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고, 동시에 최신작인 '수성의 마녀'가 얼마나 현대적으로 잘 뽑힌 작품인지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2. 인산인해의 엑스포 현장: 여주인공 콘텐츠를 향한 뜨거운 지지
이러한 팬심에 힘입어 방문한 '수성의 마녀 엑스포'는 그야말로 인파의 바다였다. 사실 서브컬처계에서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콘텐츠는 기존 팬덤의 반발을 사거나 화력이 약하다는 편견이 종종 있는데, 이번 엑스포는 그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건담이라는 거대 프랜차이즈가 가진 저력도 있겠지만, 성별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슬레타의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하고 고무적이었다. 전시장 곳곳에는 실물 크기의 에어리얼 구조물과 명장면들이 재현되어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모든 전시물을 세세하게 감상하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그 뜨거운 열기만큼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팬들의 연령층이 매우 다양했다는 것이다. 건담의 역사가 깊은 만큼 올드 팬들부터 나와 같은 신규 여성 팬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굿즈를 사고 전시를 즐기는 모습은 이 작품이 세대교체와 팬덤 확장에 완벽히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3. 매력적인 악역 혹은 조력자: 프로스페라 머큐리라는 캐릭터의 존재감
수많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이번 엑스포와 작품 전체를 통틀어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인물은 주인공 슬레타의 엄마인 '프로스페라 머큐리'였다. 극 중 그녀가 보여주는 복합적인 감정과 딸을 대하는 묘한 태도는 극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었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자신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의 카리스마는 단순히 '엄마'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엑스포 전시장 내에서도 그녀와 관련된 전시물이나 대사들을 마주할 때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보통의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힘든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이 '수성의 마녀'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비록 엑스포의 모든 구석을 다 보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프로스페라라는 캐릭터가 주는 묵직한 존재감과 작품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수성의 마녀'는 나에게 건담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문이자, 일본 현지 덕질의 즐거움을 일깨워 준 소중한 작품이다.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된 메카닉물이 이토록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두고, 그 열기를 엑스포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번 엑스포 관람기는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나의 덕질 여정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내 어린 시절의 영웅이자 영원한 동경의 대상인 '클램프(CLAMP)' 원화전 관람기를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클램프 세계관의 정수를 마주하며 느꼈던 '성덕'으로서의 환희는 과연 어떠했는지,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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